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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산

밀레니엄 힐튼 서울 호텔 (Millennium Hilton Seoul Hotel) 2022년 12월 마지막 주 (2) 힐튼 히스토리 뮤지엄

by G-I Kim 2023. 1. 7.

 

▣ 2022년 6월 24일 밀레니엄 힐튼 서울 호텔 (Millennium Hilton Seoul Hotel)에서는 폐업을 5개월 앞두고 메인 로비에서 호텔의 과거와 현재를 조명하는 ‘힐튼 히스토리 뮤지엄’ 팝업 갤러리를 오픈했습니다. 힐튼 히스토리 뮤지엄은 밀레니엄 힐튼 서울이 1983년 개관 이래 함께해 온 고객은 물론, 직원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그동안의 역사와 추억을 함께 되새겨보고자 기획되었다고 합니다. 이 전시물은 호텔의 마지막 영업일인 2022년 12월 31일까지 전시되었습니다. 

 

▲ 밀레니엄 힐튼 서울 호텔은 2022년 12월 31일 운영을 종료하고 이 호텔을 인수한 이지스 자산운용과 현대건설에 의해 철거된 후에 2027년까지 5성급 호텔, 소매시설, 오피스 등을 갖춘 복합시설로 재개발합니다. 호텔 메인 로비에는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실제 사용된 객실 어매니티 물품과 직원 유니폼, 기물 등을 볼 수 있는 ‘힐튼 히스토리 뮤지엄’ 갤러리가 설치되었습니다. 

 

▲ ‘힐튼 히스토리 뮤지엄’ 갤러리는 아트리움의 메인 로비에서 카페 395로 가는 길목에 설치되었습니다. 갤러리 반대편에는 머리 높이 등받이가 있는 의자와 테이블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갤러리는 메인 로비에서 카페 395로 가는 방향으로 차례로 내용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 갤러리 맨 앞에는 'Memories Last Forever (추억은 영원하다)'라는 문구와 함께 ‘힐튼 히스토리 뮤지엄’ 갤러리에 대한 설명이 기술되어 있습니다. 기술된 내용에는 '고객 여러분의 소중한 추억과 호텔직원의 열정이 깃든 이곳에서, 지나온 나날을 회상하며 깊은 감동을 느껴보세오"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호텔의 영업종료 직전에 추억을 되살리기 위해 호텔을 찾아 사진을 찍었습니다. 언론 등에 의하면 영업 마지막날 이 호텔의 단골이었던 손님들이 직원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 갤러리의 첫 세 장의 전시물을 겹쳐서 보면 남산 공원에서 내려다 보이는 밀레니엄 힐튼 서울 호텔의 야경 모습이 보입니다. 밀레니엄 힐튼 서울 호텔의 모습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사진 중에 하나입니다.

 

▲ 갤러리 전시물의 원본 사진입니다. 조명이 켜진 남산 공원과 서울 성벽 뒤도 보이는 밀레니엄 힐튼 서울 호텔의 야경입니다. 서울 남산 기슭에 40년 가까이 자리잡고 있던 밀레니엄 힐튼 서울 호텔은 시내 중심가 특급호텔이면서 산 중턱에 있다는 특성 때문에 외부 시선이 부담스러운 정치인과 기업인의 단골 모임 장소로 많이 이용했습니다. 1983년 12월 서울 중심가에 22개 층, 700여 개 객실 규모로 문을 연 5성급 호텔로 대우개발이 운영하다가 외환위기 여파로 1999년 말 싱가포르 부동산 투자전문회사 훙릉의 자회사인 CDL에 2600억 원에 매각되었습니다. 2004년 CDL의 호텔운영업체인 밀레니엄과 새로 계약을 맺으면서 밀레니엄 힐튼호텔로 재출범했습니다. 하지만 코비드-19 감염증 등에 의한 수익성 악화로 다시 이지스 자산운용에 팔렸으며 현대건설에 의해 철거된 후에 2027년까지 5성급 호텔, 소매시설, 오피스 등을 갖춘 복합시설로 재개발합니다. 

 

▲ 전시물의 한쪽은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실제 사용된 객실 어매니티 물품과 직원 유니폼, 기물 등이 전시되어 있고 반대쪽은 대표적인 사진과 모니터로 힐튼 호텔의 역사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 '밀레니엄 힐튼 서울이 걸어온 길 (A Legacy of Millennium Hilton Seoul)이라는 호텔 역사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연대별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힐튼 호텔은 1979년부터 공사를 시작해서 1983년에 개관, 1995년 성탄절 힐튼 열차 첫 운행 시작, 2004년에 밀레니엄 서울 힐튼으로 명칭 변경, 2014년에 로비 및 프런트 데스크 리노베이션, 2019년에 밀레니엄 힐튼 서울으로 명칭 변경 등의 주요 변화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 호텔에서 운영했던 680여개의 객실은 스탠더드와 디럭스, 이그제큐티브, 스위트 객실로 운영하였습니다. 10여 평(스탠더드)부터 100여 평(스위트)까지 이용객의 다양한 취향에 맞춰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스위트룸 중 파크힐 듀플렉스 스위트룸, 비스타 듀플렉스 스위트룸은 복층 구조이었습니다. 특히 도심 속 남산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마운틴 뷰(Mountain View) 객실은 서울의 사시사철 정취를 제대로 즐길 수 있어 인기가 높았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선 객실 창가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며 불멍·물멍처럼 밀레니엄 힐튼에서 ‘남산멍(남산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이 추천되기도 했습니다. 멤버십인 힐튼 아너스와 다이아몬드 멤버 또는 이그제큐티브 이상 객실을 묵는다면 이용 가능한 이그제큐티브 라운지는 호텔 19층과 21층에 있어서 남산과 N서울타워를 바라보며 조식 뷔페와 애프터눈 티, 이브닝 칵테일 등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 호텔의 식음시설은 40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으며 운영 마지막 해인 2022년에는 카페395(올다이닝 뷔페 레스토랑), 실란트로 델리(베이커리&델리), 구상노사카바(일식당), 비스트로 50(아메리칸 다이닝), 오크룸(영국식 펍)이 운영되었습니다. 이외에도 국내 호텔 업계 최초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일폰테, 뷔페로 유명했던 오랑제리, 구상노사카바의 전신인 일식당 겐지, 프렌치 레스토랑 시즌즈 등이 있었습니다.

 

▲ 밀레니엄 힐튼 서울 호텔에는 최대 1,000여명 수용 규모의 그랜드 볼룸과 20명에서 200명까지 수용 가능한 주니어 볼룸 등에서 학회나 결혼식 등 다양한 연회 행사를 개최하였습니다. 그랜드 볼룸에는 원하는 메시지와 로고 등을 연출하는 레이저 시스템 장비와 각종 비디오카메라도 갖추고 있었습니다. 또한 남산과 도심을 조망할 수 있는 3층에 위치한 5개의 연회장(아트리움, 앰버, 제이드, 토파즈, 코랄)에서 중소규모 모임을 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2021년에는 호텔 개관 40주년을 맞아 고(故)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이 30여 년간 집무실이자 영빈관으로 사용하던 공간인 펜트하우스를 결혼 예식장으로 리모델링해서 운영했습니다.

 

▲ 밀레니엄 힐튼 서울 호텔의 명물 중에 하나는 1995년 이곳에서 첫 운행을 시작한 힐튼 열차입니다. 알프스 마을을 연상하게 하는 배경부터 각양각색의 건물, 사람들까지 연출되었습니다. 마치 동화 세상에 와 있는 것만 같은 미니어처와 그 사이사이를 내달리는 정교한 기차는 매년 이 호텔 투숙객은 물론 연말 분위기를 내려는 방문객에게 사랑받아온 ‘사진 명소’가 되었습니다. 특히 주변 이웃에 전달할 후원금을 모으면서 기부 기업과 업체 이름을 모형 곳곳에 간판처럼 내걸어 ‘따뜻한 겨울’의 상징이 되기도 했고 서울을 시작으로 힐튼 상하이, 힐튼 나고야 등 세계 각지의 힐튼 소속 호텔로도 퍼져나가 의미를 더했다고 합니다.

 

 

(왼쪽) 오크룸과 파라오룸의 복장 (가운데) 도어맨의 복장 (오른쪽) 연회 서비스 유니폼 

▲ 과거 호텔리어들이 착용했던 복장들도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오크룸과 파라오룸의 복장, 도어맨의 복장, 연회 서비스 유니폼 등입니다. 마지막 영업을 하고 있는 힐튼호텔은 이미 최소한의 운영에 들어간 상태로 호텔을 떠난 직원도 많다고 합니다. 430여 명인 호텔 직원 중 80%는 이지스 자산운용이 제시한 보상안을 받고 퇴직했고 나머지 20%는 남아 이곳에 2027년 준공 예정인 호텔-오피스 복합단지의 자산관리회사에서 일할 예정입니다.

 

▲ 로비 라운지 “팜코트(Palm Court)의 직원 복장과 각종 잔들, 그리고 호텔 식당에서 사용하던 식기류가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프렌치 레스토랑 시즌즈의 커피잔과 접시, 이탈리안 레스토랑 일폰테의 접시, 일식당 겐지의 차세트, 중식당 타이판의 식기류입니다. 

 

▲ 과거 객실에서 사용하던 어메니티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객실 내에 제공하는 여러 소모품 및 서비스 용품을 어메니티라고 하는데 트레이, 얼음통, 디퓨저 케이스, 티슈 케이스, 머그컵, 메모패드 등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욕실 내에 비치돼 있는 샴푸와 샤워젤, 바디로션 등을 가장 일반적인 어메니티라고 부르고 있는데 힐튼 호텔은 전 세계적으로  피터토마스로스(Peter Thomas Roth)를 제공했습니다. 전시물을 보니 밀레니엄 힐튼 서울 호텔은 1983년부터 2000년까지 크랩트리 앤 에블린(Crabtree & Evelyn)이라는 유명 바디케어 브랜드를 객실 어메니티로 제공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크랩트리 앤 에블린은 일명 ‘고소영 핸드크림’으로 알려져 있는데 최근 피터토마스로스를 대신해서 힐튼 계열 호텔에 어메니티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 전시물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위 사진은 1979년 서울 힐튼 호텔의 골조가 올라가는 사진입니다. 밀레니엄 힐튼 서울 호텔은 한국 현대건축 1세대를 대표하는 김종성 건축가가 “세계 최고 수준의 호텔을 지어달라”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부탁을 받고 설계한 건축물입니다. 김종성 건축가는 ‘신은 디테일에 있다’는 말로 유명한 독일의 근대 건축가 미스 반 데 로에 아래에서 12년 동안 일한 분으로 모더니즘 건축의 대가를 직접 사사한 만큼 한국 현대 건축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축가로 꼽히고 있습니다. 개관 2년 뒤 서울시 건축상 금상을 받았는데 대형 건축물인데도 설계에서 시공까지 순수한 우리 기술로 세웠고 특히 평면처리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 1983년 완공 당시의 호텔 사진입니다.  밀레니엄 힐튼 서울 호텔은 정부가 고급 관광호텔을 외화조달 수단으로 적극 지원하던 시절 세워졌으며 주로 외국인들이 많이 찾던 호텔이었습니다. 이곳에서는 정치적으로 굵직한 행사도 많이 열렸습니다. 특히 전두환 전 대통령이 만찬을 자주 가졌던 것으로 알려집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87년 6월 노태우 당시 민정당 총재를 대통령 후보로 지명한 뒤 이곳에서 축하연을 열었습니다. 1988년 2월 퇴임 환송 만찬 역시 이곳에서 진행했습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당시에는 미국 방송 중계진이 힐튼호텔에 머물렀고 1997년 국제금융위기 당시 미셸 캉드쉬 제7대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한국을 방문해 묵기도 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때 북한 조문단도 머물렀습니다. 호텔 꼭대기 층인 23층 펜트하우스는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이 개인 집무실 겸 영빈관으로 사용했습니다.

 

▲ 호텔의 모형입니다. 호텔 본관, 아트리움, 주차장 건물, 정원 그리고 남대문 장로 교회의 모습이 잘 재현되어 있습니다. 이 모형에서는 주차장 건물 위가 정원으로 표현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카지노 건물이 세워졌습니다. 1999년 대우그룹은 외환위기로 그룹이 부도 위기에 처하자 대우개발이 소유하고 있던 힐튼 호텔을 싱가포르계 투자전문기업 CDL 호텔코리아에 2600억 원에 매각했습니다. 대우그룹은 호텔을 매각하면서도 23층 펜트하우스는 대우개발의 장기임대 형식으로 빌려 관리해 왔습니다.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의 부인인 정희자 씨는 1983년 12월 7일 힐튼 호텔이 개관한 뒤 1984년 1월 대우개발 회장으로 취임해 매각 때까지 호텔을 직접 경영했습니다. 

 

CDL호텔코리아는 2004년 호텔 운영업체 밀레니엄과 신규 계약을 체결해 호텔 이름을 '밀레니엄 서울 힐튼'으로 변경하여 재개장했습니다. 이후 코비드-19 감염증 확산으로 투숙객의 80%가 외국인이었던 호텔이 경영난에 직면하자 2019년 12월 국내 자산운용업체인 이지스 자산운용에 호텔을 1조 1000억 원에 매각했습니다. 이지스 자산운용은 현재 건물을 허물고 오피스, 호텔, 상가 등으로 구성된 복합시설을 2027년 완공할 계획입니다. 밀레니엄 힐튼 서울 호텔 이외에도 코비드-19 감염증 여파로 서울 주요 상권의 여러 호텔들이 줄줄이 문을 닫았습니다. 대부분 오피스 건물로 용도 전환하는 추세입니다. 강남구의 르메르디앙호텔과 서초구 쉐라톤 팔래스 강남, 이태원의 크라운관광호텔 등이 고급 주거 단지로 재개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