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울/남산

밀레니엄 힐튼 서울 호텔 (Millennium Hilton Seoul Hotel), 40년 만에 역사속으로, 마지막날 방문 (2022년 12월 30일 -31일)

by G-I Kim 2023. 1. 3.

▣ 1983년부터 40년 동안 서울 남산에서 상징적인 건물 중에 하나였던 밀레니엄 힐튼 서울 호텔 (Millennium Hilton Seoul Hotel)이 2022년 12월 31일을 끝으로 영업을 종료했습니다. 12월 30일 투숙한 고객이 31일 오전 체크아웃을 하면서 운영이 공식 종료됐습니다. 1995년부터 매년 연말 불우이웃 기부를 위해 운영하던 미니어처 기차 ‘힐튼 열차’도 31일까지 운영하고 종료했습니다. 밀레니엄 힐튼 서울은 ‘1세대 현대 건축가’로 미국 일리노이대 학장을 지낸 김종성 씨가 설계했는데 1983년 지하 1층·지상 22층, 700여 객실 규모의 5성급 호텔로 지어졌습니다. 1997년 국제금융위기 때 미셸 캉드쉬 IMF 총재와 2009년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때 북한 조문단이 머물렀던 곳으로도 유명한 호텔입니다. 2022년 12월 30일과 31일 밀레니엄 힐튼 서울 호텔을 방문했습니다. 

 

 

▲ 2022년 12월 30일 저녁 6시경 호텔에 도착했습니다. 호텔에 도착하자 마자 호텔 정문 앞에 정차해 있는 많은 차량들과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이제 곧 문을 닫는 밀레니엄 서울 힐튼 호텔의 추억을 되살리고자 방문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입구에 들어서자 마자 보이는 것은 호텔의 마지막 크리스마스 트리입니다.

 

 '실란트로 델리'에서 힐튼 호텔의 마지막 케이크라도 구입하려고 했지만 이미 매장에서 케이크, 빵, 샐러드 등은 판매를 중단했고 커피 등 음료수를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폐업 전날인 오늘 케이크는 이미 정오경에 모두 팔렸다고 하고 이미 철수 준비를 마친 것으로 보입니다. '실란트로 델리'는 12월 30일까지 운영했습니다.

 

 메인 로비의 라운지에는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옷을 두껍게 입은 것을 보니 투숙객은 아니고 방문객들입니다. 몇일 전에 보았던 로비의 힐튼 로고는 없어졌습니다.  힐튼 호텔의 로비는 브론즈로 마감한 우아하고 장중한 기둥이 인상적입니다.  

 

 메인 로비 한쪽에는 '힐튼 히스토리 뮤지엄'이라는 간단한 전시회를 하고 있습니다. 이 전시회도 오늘로 마지막일 것 같습니다. 1983년 '서울 힐튼'이라는 이름으로 개업한 후 39년간 680개의 객실과 20여개의 다이닝 시설을 운영하고 또한 대규모 행사를 개최하였습니다.

 

▲ 몇일 전에 점심 식사를 했던 카페 395에서 저녁식사를 하려고 했지만 예약된 손님만 이용이 가능했습니다. 카페 395는 2022년 11월 21일부터 조식뷔페와 단품 요리만 주문이 가능했습니다.  이 식당도 오늘로 영업을 마감하는 것 같습니다. 힐튼 호텔의 음식점인 비스트로 50, 구상노사카바는 이미 11월 6일에 영업을 종료했고 오크룸은 2022년 11월 26일까지 운영했습니다.

 

▲ 로비 한쪽에는 힐튼 호텔의 추억을 되살리면서 기념 촬영을 할 수 있는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메모리스 라스트 포에버라는 문구는 조명이 들어와 있습니다. 그동안 호텔을 이용해준 고객들을 위한 호텔측의 세심한 배려입니다.

 

▲ 대리석 계단, 기둥 등으로 웅장하고 고풍적 분위기를 풍기는 밀레니엄힐튼 호텔 로비입니다. 특히 건물 가운데에 위치한 아트리움은 지하 로비부터 2층까지 18미터 높이, 아파트로 치면 6층 규모로 뚫려 있습니다. 이 호텔을 설계한 건축가 김종석님에 의하면 아트리움은 이 호텔의 핵심가치라고 합니다. 메인 로비 정면 입구에서 서쪽 끝까지 64 미터로 시원하게 뚫린 아트리움은 힐튼 호텔의 대표적인 공간입니다.

 

아트리움의 2층의 유리 파빌리온부터 지하 1층까지 모두 자연광이 들어오기 때문에 이 곳의 로비는 시야가 넓고 안정감과 공간감이 느껴집니다. 저녁 시간에는 인공조명이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 메인로비에서 지하로비까지 내려가는 계단 아래에는 대리석 분수가 있는데 설치된 미니어처 힐튼 빌리지 때문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분수대 자리에 설치된 '미니어처 힐튼 빌리지'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었습니다.

 

▲ 분수대 위에 만들어진 미니어쳐 힐튼 빌리지는 좀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작년에는 이 곳에 크리스마스 트리들과 루돌프들이 서 있었지만 이번에는 눈이 내린 남산과 남산 서울타워, 그리고 불이 켜진 힐튼 호텔과 힐튼 호텔 정문 앞의 남녀 조각상이 재현되어 있습니다. 또한 남산 주변 서울 시내의 고층 건물들과 한강과 한강 교량으로 보이는 구조물도 표현되어 있습니다.  

 

중앙계단을 둘러싸며 지하 공간에힐튼호텔의 상징인 1995년부터 운행된 연말 자선열차와 미니어쳐 힐튼 빌리지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미니어처 마을을 달리는 모형 열차에는 기부한 기업들의 로고가 새겨져 있고 관람객이 기부에 동참할 수 있도록 중간에 기부 박스가 비치되어 있습니다. 힐튼 열차는 밀레니엄 힐튼 서울에서의 첫 운행을 시작으로 힐튼 상하이, 힐튼 나고야 등 세계 각지의 힐튼 소속 호텔에서 수십 여년 동안 연말 기부행사로 모금된 후원금을 주변 이웃들에게 전달했습니다. 이 모습을 보기 위해 힐튼 호텔의 마지막날 저녁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었습니다.

 

메인로비의 중앙계단 입구에 설치된 전자 안내판에는 힐튼 아너스 멤버십에 대한 광고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날 호텔이 모든 공간에서는 행사가 없었던 모양입니다. 

 

▲ 지하 로비에는 이미 영업이 끝난 힐튼 호텔의 식당들의 흔적을 볼 수 있었습니다. 비스트로 50은 미국식 스타일 식당으로 스테이크, 랍스터, 맥인치즈 등을 먹을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펍 레스토랑인 오크룸은 생맥주를 포함한 주류와 세미뷔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식당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곳에서 단체 회식을 많이 해서 친숙한 곳이기도 합니다.

 

▲ 구상노사카바는 오마카세와 이자카야 메뉴를 바탕으로 하는 일식당이었습니다. 

 

▲ 구상노사카바 옆으로는 정원으로 나갈 수 있는 출입구가 있습니다. 정원은 오크 가든이라는 곳입니다. 

 

▲ 조명이 설치되어 있었지만 야간이라 정원이 잘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작은 연못과 정자가 있는 정원으로 호텔 내부에서 유리창을 통해 잘 보이고 오크룸은 이곳에서 바베큐 음식을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야외 결혼식 행사가 치루어지던 곳이기도 합니다.

 

힐튼 호텔에는 연회나 학회 등 모임을 열 수 있는 크고 작은 여러 공간이 있습니다. 이중 그랜드 볼룸은 최대 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대형 행사나 결혼식이 있었던 곳입니다. 이 곳도 자주 방문해서 추억이 많은 곳이었습니다. 그랜드 볼룸 안을 볼 수가 없어서 행사의 안내와 다과 서비스를 제공했던 그랜드 볼룸 옆의 그랜드 볼룸 포이어를 볼 수가 있었습니다.  

 

▲ 지하로비에서 그랜드 볼룸 포이어를 지나가면 주차장 입구와 화장실, 엘리베이터가 나타납니다. 힐튼호텔은 주차장에 대해서 고객들의 불만들이 있었는데 호텔 주차빌딩에 주차를 한 뒤 호텔 로비까지 이동하는데 20분 정도 소요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 개인적으로 서울역에서 힐튼 호텔로 이동할 때 비탈길을 올라가지 않고 SK 남산 빌딩 옆길로 들어와 힐튼호텔 주차장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에 내려서 호텔 로비로 이동한 적이 있습니다.

 

▲ 호텔 곳곳에는 40년전 호텔이 지어졌을 당시의 흔적들이 보입니다. 후에 교체되었던 것으로 보이는 조명 스위치 옆으로 아주 오래된 히터 조절기의 스위치가 보입니다.

 

▲ 로비 중앙계단 주변의 난간 손잡이에서 40년이라는 세월의 흐름을 느낄 수 있습니다. 로비의 기둥이나 손잡이 등 내장재에 사용한 브론즈는 방위산업체로서 동 제품에 기술력이 탁월한 풍산 금속에서 황동 시트를 공급받아 원통형 기둥과 수평 피복하는 부품을 제작한 후, 일본에서 온 브론즈 가공 장인과 그의 조수 몇 사람이 엷게 희석한 황산을 스펀지로 도포해 짙은 색상을 만드는 수공업 방법으로 브론즈 색을 만들어냈다고 합니다.

 

▲ 호텔 벽면을 구성하는 대리석은 알프스에서 채석한 녹색 대리석 '베르데 아첼리오'로 지금은 이 대리석을 사용하고 있는 건축물이 없다고 합니다. 또한 지금 구할 수도 없는 대리석이기도 합니다. 

 

로마 건축물 재료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대리석(로만 트래버틴)을 바닥에 깔았는데 표면이 매끈하지 않고 일부 움푹 패인 모습이 매우 자연스럽게 보입니다. 힐튼 호텔에 사용된 대리석은 미스 반 데어 로에의 설계에 의해 1958년에 건설된 미국 뉴욕의 시그램 빌딩(Seagram Building)에 대리석을 납품한 회사에서 구했다고 합니다. 시그램 빌딩은 힐튼호텔과 마찬가지로 커튼월 방식의 모더니즘의 불후의 대표작입니다.

 

목재 벽면은 미국에서 벌목한 1.5 ㎜ 두께의 참나무 패널링으로 만든 베니어 등을 마감재로 사용해 한국 건축사에 이정표를 세웠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아하고 세련되며 기능적으로도 완벽한 최고의 공간을 사람들에게 선사하고 싶었던 김종성 건축가는 네트워크와 정보를 총동원해 구할 수 있는 최고의 자재를 구해서 썼다고 합니다. 

 

 카페 395에서 저녁 식사도 할 수 없었고 로비에서도 정식으로 음료 서비스를 받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한시간 정도 호텔 구경을 하다가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아쉬움을 남기고 호텔을 나섰습니다.

 

▲ 힐튼 호텔 정문 앞에 서 있는 'PIT-A-PAT'라는 동상입니다. 누가 만들었는지 그리고 언제 만들었는지 모르는 한 쌍의 연인 청동 조각상으로 밀레니엄 힐튼 서울 호텔의 대표적인 이미지 중에 하나입니다.  

 

▲ 영업 마지막 날이지만 호텔에는 조명이 들어온 객실들이 보입니다. 지금은 40만원이 넘는 비교적 비싼 객실만 사용이 가능하지만 투숙을 하는 손님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밀레니엄 힐튼 서울이 40년의 영업을 마치는 2022년 12월 31일 오후에 호텔에 다시 왔습니다. 마지막 영업을 하는 호텔의 모습이 궁금했습니다. 

 

▲ 오전 11시에 마지막 투숙객들의 체크 아웃이 끝났고 공식적으로 호텔 영업이 종료되었습니다. 오후 2시 호텔을 다시 방문했을 때에는 호텔 앞에는 많은 차량들과 사람들이 있었지만 호텔 출입을 일반인들의 금지하고 있었고 많은 공사 인력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호텔이 영업 중지된 것도 모르고 택시를 타고 방문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언론에서는 40년 동안 '남산의 명물'로 자리한 서울 특급호텔 밀레니엄 힐튼이 2022년을 끝으로 영업을 마치자 2023년 1월 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아쉽다는 반응이 쏟아졌다고 합니다. "품위 있게 나이 먹은 공간이었다", "여러 시간이 쌓인 만큼 의미도 많은 곳", "부모님의 데이트부터 내 어릴 적 추억까지 너무 많이 쌓인 공간", "남산의 매력이 이렇게 또 하나 사라져 간다" 등의 아쉬운 댓글들이 많았습니다.

 

호텔 운영 종료 안내문이 호텔 정문 회전문뿐만 아니라 정문 앞 동상에까지 붙어 있었습니다. 각종 언론에서는 이 모습을 사진으로 보도하면서 '우리 여기까지인가봐' '이별이 아쉬운 듯' 등의 제목을 달았습니다.

 

▲ 어제부터 시작된 힐튼 호텔 건물 로고 제거 작업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옥상에서 연결된 밧줄에 매달려 어려운 작업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 일부러 찾아와서 이제 문을 닫은 호텔의 정문을 아쉬운 듯 바라보거나 기념 촬영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호텔 직원 중 80%가량은 이미 이지스자산이 제시한 보상안을 받고 퇴직하였고 나머지 직원들은 2027년 준공 예정인 복합시설에서 근무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호텔의 모습을 더 자세히 보기 위해 남산 공원의 한양 도성 성벽 길을 따라 올라갔습니다. 아직 눈이 녹지 않아 길바닥이 미끄러웠지만 이곳을 산책하는 시민들이 많았습니다.

 

▲ 남산 공원에서 한양 도성 성곽 뒤로 내려다 보이는 호텔의 모습입니다. 일반적인 배산 형태에서 벗어나 양팔을 벌려 남산을 포옹하는 모양새의 독특한 병풍형 외관입니다.

 

▲ 힐튼 호텔 옥상에서 작업자들이 호텔 로고 제거 작업을 하고 있는 동안 옥상의 굴뚝에서 나오던 연기도 멈추었습니다.

 

▲ 남산 공원을 내려와 마지막으로 길 건너에서 호텔의 정면을 바라보았습니다. 밀레니엄 힐튼 서울 호텔은 완공 당시 콘크리트 일색이었던 한국 건축에 획기적인 돌연변이 와도 같았던 알루미늄 커튼월 방식으로 지어졌습니다. 건물 외벽을 마감한 특수 알루미늄은 국내 기업인 효성에서 제작했습니다. 지은지 40년이 지난 지금 보아도 세련된 외관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 힐튼 호텔을 보러 온 사람들 중에는 남녀 커플들이 많았는데 결혼식 등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일 것 같습니다. 아이들과 자선 열차를 보러 왔다가 호텔 폐업을 안타까워하는 가족들도 있었습니다.  

 

▲ 오늘 호텔 앞은 많은 차량들과 사람들로 한동안 혼잡할 것 같습니다. 언론에는 호텔의 폐업일만 보도가 되었고 정확한 시간을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 호텔 앞의 입구 안내판도 이제 철거될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학회 참석, 회의, 직장 모임, 결혼식 등으로 방문을 했던 좋은 기억이 남았던 장소이기도 합니다. 코비드-19 사태를 거치면서 많은 호텔들이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한국인이 최초 설계한 한국 건축 산업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건물이 재개발에 의해 사라지는 모습을 보니 아쉬운 느낌도 많이 듭니다.

 

▲ 밀레니엄 힐튼 서울 호텔의 페이스북에서 가지고 온 남산과 호텔의 모습입니다. 호텔의 가장 인상 깊은 사진들 중에 하나라고 생각됩니다. 힐튼 호텔 자리에 새롭게 세워지는 건물은 밀레니엄 힐튼 서울 호텔처럼 서울 남산과 잘 어울리고 많은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호텔이 문을 닫은 후 밀레니엄 힐튼 서울 호텔의 홈페이지는 2023년 1월 3일까지도 없어지지 않고 호텔 마지막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2023년 1월 5일 경에 홈페이지 운영도 중단되었습니다.

 

▲하지만 호텔의 그동안의 많은 모습과 이야기를 볼 수 있었던 페이스북에서는 밀레니엄 힐튼 서울 호텔의 모습을 볼 수가 없습니다.